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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앉아 폰을 보다가 일어서려는 순간, 허리가 천천히 펴지지 않아서 "어, 나 이제 이런 사람이 됐나"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엎드려서 책 읽기, 다리 꼬고 앉기, 쇼파 대신 바닥에 쪼그려 앉기까지 — 허리에 나쁜 습관을 죄다 갖고 있으면서 왜 허리가 아픈지는 몰랐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정선근 교수의 설명을 접하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오랜 생활 습관이 디스크에 새긴 상처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쁜 자세, 허리를 병들게 하는 진짜 원인
허리 통증을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정선근 교수의 접근에 더 설득력을 느꼈습니다. 암처럼 외부 원인이나 세포 변이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스스로 디스크를 반복적으로 손상시켜서 생기는 결과라는 겁니다. 치료보다 생활 습관 교정이 먼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허리에 가장 치명적인 자세는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입니다. 방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허리를 굽혀 줍는다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가 대표적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쪼그려 앉는 자세를 정말 좋아합니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뻐근해도 자꾸 그 자세로 돌아가는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오래 앉아 있는 것' 자체입니다. 서 있을 때 요추 전만(lumbar lordosis) 각도가 60도라면, 앉기만 해도 그 각도가 40도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여기서 요추 전만이란, 허리가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휘어진 C자 곡선을 말합니다. 이 곡선이 무너질수록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박은 커집니다. 저처럼 노트북을 몇 시간씩 같은 자세로, 그것도 비스듬히 걸쳐 앉아서 쓰는 사람한테는 꽤 무거운 경고였습니다.
- 바닥에 쪼그려 앉기: 요추 전만이 크게 무너지며 디스크 전방 압박 급증
- 다리 꼬고 비스듬히 앉기: 골반 틀어짐 → 척추 측만 유발, 어깨 비대칭으로 이어짐
- 엎드려 폰·책 보기: 경추(목뼈)와 요추 동시 과부하
- 장시간 앉아서 노트북 사용: 요추 전만 각도 지속 감소로 디스크 만성 압박
디스크 손상, 조용히 진행되다가 한 번에 터진다
허리 통증의 패턴을 들여다보면 꽤 일정한 흐름이 보입니다. 20~30대에 한 번 크게 아팠다가 저절로 낫고, 5년 뒤에 다시 아픈데 이번엔 통증이 더 강하고 2~3주 지속됩니다. 그다음엔 2년 만에 또 재발하는데 이번엔 두세 달을 끌게 됩니다. 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강도가 세진다면, 그건 단순 근육통이 아닙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섬유륜(annulus fibrosus)에 있습니다. 섬유륜이란, 디스크 중앙의 수핵(nucleus pulposus)을 감싸고 있는 질긴 섬유 조직입니다. 허리를 구부릴 때마다 이 섬유륜이 조금씩 찢어졌다가 아물고, 또 찢어졌다가 아물기를 반복합니다. 문제는 이 사이클이 반복될수록 상처가 점점 깊어진다는 겁니다.
결국 어느 순간 섬유륜이 완전히 파열되면서 수핵이 밀려 나오고, 좌골 신경통(sciatica) — 즉 허리에서 엉덩이, 다리까지 내려가는 극심한 방사통 — 이 시작됩니다. 이 단계가 되면 단순한 자세 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회복 기간도 훨씬 길어집니다. 제가 아직 방사통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가 바로 펴지지 않는 그 순간만큼은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깁니다.
참고로, 디스크 손상의 정도에는 유전적 요인도 상당히 작용합니다. 실제로 30대 청년의 디스크 상태가 80대 어르신보다 더 많이 망가져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같은 자세를 취해도 누구는 더 빨리 찢어지고, 누구는 별로 아프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별로 안 아픈데요"라는 말이 안심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통증 구분, 허리가 보내는 신호를 읽어야 한다
통증이 다 같은 통증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떤 통증은 오히려 회복의 신호라는 겁니다.
'좋은 통증'은 허리를 펼 때 허리 중앙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입니다. 이건 디스크의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응으로, 이 통증을 느끼면서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반면 '나쁜 통증'은 허리를 구부려 물건을 줍거나 재채기할 때 허리가 찡하게 오는 통증입니다. 이건 섬유륜이 추가로 찢어졌다는 신호이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아직까지 바닥에 물건을 줍거나 재채기할 때 찡한 통증은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 나쁜 통증 단계는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의 자세 습관이 계속된다면 언제든 그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허리 통증을 전 세계적으로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1위로 지목하고 있으며, 전 인구의 약 60~70%가 생애 한 번 이상 경험한다고 보고합니다(출처: WHO Musculoskeletal Conditions). 이 통계가 의미하는 건, 허리 통증은 특이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생활 방식이 쌓이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겁니다.
앉았다 일어서기, 이 작은 동작이 허리를 결정한다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하루에 몇 번이나 되는지 세어본 적 있습니까? 제가 직접 의식하며 세어봤더니 하루 50회는 가뿐히 넘겼습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허리 디스크에 영향을 준다면, 누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허리를 구부린 채 그대로 몸을 앞으로 밀며 일어납니다. 그런데 허리 디스크가 이미 손상된 상태라면, 이 동작이 찢어진 섬유륜을 한 번 더 벌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요추 전만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허리에 순간적인 하중이 걸리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올바른 방법은 이렇습니다. 일어서기 전, 먼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완전히 펴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요추 전만을 회복시킵니다. 이 자세를 5~10초 유지한 뒤, 허리는 고정한 채 다리 근육만 사용해 천천히 일어서는 겁니다. 처음엔 이게 굉장히 어색하고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제 경험상 이 동작이 자연스러워지기까지 2주 정도는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게 몸에 배기 시작하면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의 허리 뻐근함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핸드폰을 보면서 걷는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면 상체 전체의 무게중심이 디스크 전방으로 쏠리며 후방 섬유륜을 찢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걸을 땐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시선을 정면에 두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리가 자주 아픈데 병원을 먼저 가야 하나요, 자세부터 고쳐야 하나요?
A. 방사통(엉덩이나 다리로 내려가는 통증)이 동반된다면 전문의 진단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단순 요통이 반복되는 수준이라면, 자세 교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에 가깝습니다. 약물이나 치료는 통증을 줄여주지만, 원인인 나쁜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재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Q. 쪼그려 앉는 자세가 그렇게 안 좋은가요? 동양권에서는 오래 써온 자세 아닌가요?
A. 쪼그려 앉는 자세는 요추 전만을 거의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디스크 전방 압박을 극대화합니다. 문화적으로 익숙한 자세라도 척추에 가해지는 물리적 부하는 동일합니다. 단시간이라면 영향이 크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오래 유지할 경우 섬유륜 손상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Q.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허리가 왜 계속 아프죠?
A. 걷기나 달리기는 디스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지만, 구부정한 자세로 하면 오히려 손상을 심화시킵니다. 핸드폰을 보며 걷거나, 허리를 구부린 채 달리면 디스크 후방 섬유륜에 지속적인 나쁜 힘이 가해집니다. 운동의 종류보다 운동 중 자세가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습니다.
Q. 직장인인데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완벽하게 오래 앉지 않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30~40분마다 일어서서 허리를 펴는 짧은 신전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등받이에 기대되 허리의 C자 곡선을 유지하려는 의식적인 노력, 그리고 일어설 때 허리를 먼저 펴는 습관이 디스크 손상 누적을 상당히 줄여줍니다.
결론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저 스스로도 꽤 불편해졌습니다. 쪼그려 앉기, 엎드려 폰 보기, 다리 꼬고 비스듬히 앉기, 핸드폰 보며 걷기 — 허리에 나쁜 자세를 거의 전부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아직 좌골 신경통이나 방사통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앉았다 일어설 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섬유륜에 이미 신호가 켜졌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좋은 자세'를 항상 완벽하게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쁜 통증'이 무엇인지 알고, 일어설 때 허리를 먼저 펴는 습관 하나만 바꿔도 디스크가 쌓아온 손상의 속도는 늦출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 그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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